뉴턴은 어쩌다 미쳐버렸나

13 February 2009 4 Comments Category: 밑줄긋기


드넓은 중앙도서관 서가의 방대한 책을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하지만 의학분관에 들어서면 아늑한 방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 든다. 건물 노후로 더이상 서가를 확충할 수 없다는 기막힌 이유로 언제나 소박한 규모를 유지하기 때문일까. 전공관련 서적을 제외하면 선택의 폭은 급격히 줄어들기에 좋은 책을 찾겠다는 노력을 좀 덜해도 된다는 편안함도 있다. 

뉴턴은 어쩌다 미쳐버렸나
6점
짐 리브슬리 외 지음
이창식 외 옮김
가람기획

지난주 서가 탐색을 하다 한 구석에서 재밌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뉴턴은 어쩌다 미쳐버렸나’라는 제목의 책. 뉴턴에게 정신질환이 있었을 줄이야. 천재 과학자 뉴턴이 정신이상에 시달렸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은 ‘어쩌다’에 대한 궁금증을 훨씬 앞섰다. 뉴턴이 어쩌다가 미쳐버렸는지 보다도 그가 미쳤다는 사실에 더 이끌려서 일단 꺼내들었다.

차례를 훑어보니 뉴턴은 미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되는 많은 일화 가운데 하나일 뿐 고작 4페이지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이 책은 의학과 관련된 많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구성의 특징이라면 문화나 기술과 관련된 의학사, 추리소설 같은 미스테리한 사건과 얽힌 의학사, 특정 질병과 관련된 의학사, 유명인사들의 병과 관련된 의학사, 신약이나 치료법과 관련된 의학사 등 10개로 큰 분류를 나누어 소개한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책 제목도 재미있고, 숨겨진 일화라는 소재도 재밌을 것 같은데 막상 책은 별로 재미가 없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조금더 깊이 있는 뭔가를 기대했는데 알맹이 없이 수박 겉만 핥다가 끝내는 기분이랄까. 뭔가 더 나올 것 같은데 다음 페이지에는 이미 다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저자들이 이 책을 내기 한해 전에 ‘무엇이 제인 오스틴을 죽였는가’라는 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데 그러고보니 제목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책 잘 안보는 내가 아는 제목이라면 분명 유명한 사람의 책이거나 많이 팔린 책이리라. 근데 뉴턴이 오스틴 보다 못한건가, 난 왜 재미가 없지. 오스틴도 내가 읽으면 마찬가지이려나. 

처음부터 뉴턴에 너무 꽃져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느 저녁 늦은 시간 생각없이 책을 펼쳐드신 어머니께서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신 것을 보면 가볍게 읽기에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화장실 한켠에 꽂아두던 책들.. 짧은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토막 이야기들로 묶인 책이 생각난다. 그래, 책상이 아니라 좌변기 위에서 봤더라면 더 재밌었을텐데.

책을 읽는 동안 중간중간에 ‘써먹어도 좋을 이야기’가 있다. 수업을 하다가 지루해하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킬 수도 있겠고, 과학사에 대한 이런 상식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뽐낼 때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근데 이런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지 난 도무지 외워지지가 않는다. 머리 식히려는 책이 교과서가 되버리면 안되는데.. 

수업 중에 재미있는 얘기를 잘 해주시는 모 교수님께서 이 책을 읽으셨다면 분명 몇가지를 담아두셨겠지만 내 머리 속에는 남은게 없다. 그렇게 궁금했던 뉴턴에 대해서도 개운하지가 않고 뭔가 찝찝하다. 하나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차례 뒤에 붙어있는 ‘간략하게 표현한 의약의 역사’이다.

기원전 2000년: 자, 이 뿌리를 먹게.

서기 1000년: 그 뿌리는 이교도의 것이오. 내 기도를 따라하시오.

서기 1850년: 그런 기도는 미신입니다. 자, 이 물약을 마셔요.

서기 1940년: 그 물약은 엉터리 만병통치약이오. 자, 이 알약을 삼키시오.

서기 1985년: 그 알약은 효과가 없소. 자, 이 항생제를 복용하시오.

서기 2000년: 그 항생제는 더이상 듣지 않아요. 역시 이 뿌리를 드셔야 한다니까…

뭐라 말로는 못하겠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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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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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의약의 역사, 예전에 유머책에서 봤었는데ㅎㅎ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ㅋ

    신문깔아라 13 February 2009 at 8:53 pm Permalink
    • 아하, 유머에 실린 것이었군요. 재미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유머책에 실렸을 줄이야.

      LUV™ 14 February 2009 at 10:35 pm Permalink
  2. 역시나 세상은 돌고 도는 건가요? ^_^ 의학도 복고풍이 대세?

    예영 14 February 2009 at 12:07 am Permalink
    • 아직 인간의 지식이 병을 지배하기에는 많이 얕은가봅니다, 하하.

      LUV™ 14 February 2009 at 10:37 pm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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